국사 교과서에서만 봤던 경주.
해외 여행에만 불을 켜 왔던 필자.
40년이 넘어서야 드디어 경주, 그것도 불국사, 석굴암을 방문했다.
비수기 여행을 고집하는 필자.
불국사, 석굴암을 방문한 날도 10월 어느 한 날 월요일.
역시 평일, 그것도 월요일이라 그런 지 주차장이 한산했다.
국보급 유적지가 무료인 것이 고마웠다.
중간중간 부서졌다, 보수됐다를 반복했지만 엄연히 774년(1,249년전)에 완공된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 유산.
유럽, 남미의 문화 유적지를 방문할 때마다, 절실히 느끼는 것은, 공부한 만큼 보이고, 재밌다는 것.
학교 교과서에서 수시로 봐 왔던 곳이지만, 그래도 관람포인트는 두 곳 위주였다.
무지개 다리 (그랭이 공법), 다보탑.
주차장에 주차 후 불국사까지는 도보로 약 10분여 소요.
단체 관람객이 많은 우측 주차장보다 좌측 주차장이 낫다.
번잡함을 피할 수 있음.
불이문을 통해 불국사를 돌고, 내려올 때는 일주문쪽 주차장으로 내려 오는 것이 가족 단위 관람에 편하다.
진입로 앞 왼쪽 주차장은 불이문, 우측 주차장은 일주문으로 이어져 있다.
간단히 아이들과 함께 약수(?)를 한 컵씩 마시고 올라 갔다.
필자는 단풍이 본격적으로 들기 직전을 좋아한다.
본격적으로 성숙하기 전, 성장기 마지막의 건강한 모습이 보기 좋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듯 하다.
드디어 국사 교과서에서나 봤던 불국사 도착.
오늘의 목표 포인트 중 하나인 무지개 다리 코스 진입 (해당 사진은 청운교, 백운교의 모습)
이제 다리 뒷편에 자리한 무지개 다리를 유심히 보았다.
초등학교 6학년의 질문에서 비롯되어 밝혀 졌다는 내진 설계 공법.
무지개다리는 아치형 두 줄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 줄은 아래보다 위가 긴 사다리꼴이라 위에서 아래로 오는 충격에 강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약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바로 윗 줄에는 반대의 경우, 즉 아래가 위보다 긴 사다리꼴을 가운데 끼워 넣어서 아래에서 위로 오는 충격에도 견디게끔 설계했다.
1,200여년 전에 이미 이런 기술을 갖고 있었다는 것에 놀랍다.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의 질문에 진심 어린 답변으로 불국사의 훌륭함을 화두로 던진,
당시 초등학교 교사의 성실함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랭이 공법의 대표적인 모습을 실제로 보았다.
그랭이 공법은 땅속에 커다란 바위가 박혀 있을 때, 그 바위를 깎아 내거나 파내지 않고, 돌을 바위가 생긴 모양대로 깎은 후, 이를 맞추듯 쌓는 공법을 말한다.
그러면 바위와 성벽의 돌이 꼭 밀착되어 성벽이 더욱 튼튼해지고,
중간중간 작은 막돌들을 넣어두면 지진으로 흔들렸을 경우 큰 돌의 틈을 작은 막돌들이 메꿔줘서 붕괴를 방지한다고 한다.
신라 시대에도 경주에는 지진이 자주 있었다고 한다.
기존의 환경을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오히려 그보다 더 튼튼히 만들었다고 하니.. 지혜롭다.
더 이상 있다가는 능력에 맞지 않는 건축학까지 파고 들 것 같아, 자리를 옮겼다.
십원짜리 동전에 등장하는 다보탑.
생각보다 컸다.
사각, 팔각, 원 다시 팔각으로 이어지는 복잡, 섬세하는 구조.
몇 층 탑이냐는 초등 학생의 질문에 난감한 적이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그만큼 크기에 비해 세밀함이 느껴지는 작품.
다보탑이 여성, 부처의 말씀을 듣는 석가의 입장을 표현했다면,
석가탑은 남성, 설법하는 부처의 당당하고 우직한 모습을 표현했다고 한다.
심플하지만, 충성스러운 모습.
석탑 중 2층 내탑에서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물 무구정광대라니경도 발견됐다고 하니,
당시 시대에도 상당히 의미있는 건축물이었을 거다.
먼 옛날에도 정보의 저장, 기록, 보존에 남다른 역량을 보인 한국. IT 강국의 DNA는 이 때 부터 였을까?
오래된 절이라 그런지 지붕 사이사이로 나무와 잡초들이 자랄 정도다.
오히려 이런 모습이 자연스럽다.
천년 넘은 변소를 전시해 놓은 센스도 돋보인다.
불국사 일정을 마무리하고 석굴암으로 향했다.
불국사에서 차로 15분여 걸린다.
방문 시각은 12시경.
입장료는 역시 무료이나, 주차비는 소형 2천원, 대형 2천원을 받는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주차장 치고는 저렴한 수준이다.
입구에서는, 타종 체험도 가능하다. (1인당 1천원 이상, 현금)
아이들이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나, 한번쯤은 해볼만 하다.
간단히 국사책에서 나올 법한 내용 리뷰하고, 올라간다.
코스는 도보로 약 10분 흙길을 걸어 가야 한다.
길 한쪽은 낭떠러지이니, 아이들과 함께라면 주의하시길 바란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석굴암은 내부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현재 보수 공사 중이라, 당분간 안에는 들어가 볼수 없고, 유리창 밖에서 들여다 보는 것만 가능하다.
한국인으로서 한번 쯤 가보고 싶다면, 공사 완료 후 가보시 길.
현재 수준은 수박겉핥기라,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불국사 도착에서 석굴암을 나오기까지는 약 3시간~4시간 소요된다.
아이들과 함께여서 그렇지, 성인들이라면 2~3시간이면 충분할 듯하다.
석굴암 내부를 들어갈 수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불국사는 여운이 많이 남는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