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마포구 숭문길 24
맛집이었다.
그리고 고마운 집이었다.
어린 필자에게 평양냉면의 맛을, 세계를 보여 준 곳.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예전의 그 맛을 느낄 수 없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물냉, 비냉, 수육, 녹두전을 주문했다.
방문 시각은 8시로 저녁 피크 시간대를 지난 즈음.
냉면 1개 15,000원, 호떡만한 녹두전 하나에 12,000원이다.
필동 면옥과 같이 슴슴하고 담백한 맛이 훌륭해, 비싼 가격은 감내할 만 했다.
기본 제공되는 면수 리필을 요구하면, 상당한 눈치를 준다.
오래된 집이고, 체인도 많고, 많이 벌었어서 아쉬울 게 없겠지 하면서 넘긴다.
비싸고, 불친절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그런데, 중요한 건 음식의 맛이 변했다.
물냉면은 면발이 약해 바스라지기 일쑤였다. 비냉은 양념이 면발과 따로 노는 상황.
솔직히 놀랐다.
이렇게 맛이 달라졌단 말인가?
녹두전은 그래도 먹을 만 했다.
겉바속촉까지는 아니지만, 겉은 확실히 바삭하게 잘 나왔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수육.
퍽퍽하고, 또 질겼다. 고기 특유의 냄새도 완전히 빠지지 않은 상태.
3명의 인원이 5점도 먹지 않고, 남기고 나왔다.
다들, 맛집을 사랑하고, 음식을 좋아해서, 오랜만에 기대감에 부풀어 방문한 을밀대에서 말이다.
맛집을 유지하기란 참 어려운 듯 하다.
항상 한결같음을 유지하기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평양냉면 3대 맛집 중 을지면옥이 없어진 상황에서, 필동면옥과 함께 양대 산맥을 지키던 을밀대.
안타깝지만, 이제는 그 자리를 벗어나 일반 평양냉면 체인점으로 자리매김하려는 듯 하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