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도 국경이 있다면, 서북면옥 냉면은 그 경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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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광진구 구의동 어느 골목
길 잃은 택시 기사도 결국 여기에선 멈춘다. 이
건 단순한 평양냉면집이 아니다.
혀로 떠나는 북한 미식 국경지대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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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냉면
한 그릇 받자마자 잠시 말을 잃었다.
맑다.
투명하다.
그리고 섹시하다.
국물이 아니라 면계의 정수(精髓)다.
육수
닭? 쇠고기? 돼지?
다 틀렸다.
이건 신념으로 우려낸 평화의 맛이다.
첫 모금에서 짠맛이 없다.
그런데 싱겁지도 않다.
감칠맛의 기적이란 이런 걸까?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육수가 더 깊어진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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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쫄깃? 탱글? 아니..
여긴 질긴 듯 부드러운, 철학 있는 면발이다.
면이 혀를 때리진 않는데, 존재감은 확실하다.
"나 여기 있어요~" 하는 느낌.
면을 끊지 말라는 평양냉면 계율은
여기도 유효.
그런데 이상하게, 자르고 싶지 않다.
그냥 면과 함께 산책하고 싶은 기분.
고명
고기 한 점, 무절임, 배
이 조합은 심플한 교향곡.
고기엔 기름기가 없다.
하지만 심심하진 않다.
기름기 대신, 노포의 내공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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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냉은?
물냉면 먹고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로 비냉도 주문.
고춧가루 질감이 살아 있다.
하지만 이곳 비냉의 진짜 포인트는 ‘양념의 절제’다.
"우리가 평양냉면집이니까… 너무 나대지 않겠어요."
이런 태도.
겸손한 매운맛. 고춧가루에 철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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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육
이건 평양냉면의 영혼의 짝꿍.
근데 여기 수육은 뭔가 다르다.
고기의 결이 살아 있고, 기름기가 적당히 도망쳤다.
말 그대로 ‘씹는 재미 + 고소함 + 담백함’의 삼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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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뇌가 평양에 갔다 옴
서북면옥은 단순한 냉면집이 아니다.
“맛이라는 건 결국 진심이다.”
그걸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한 줄 요약
평양냉면의 국경에서 한 그릇의 철학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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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겨자랑 식초 넣지 말고 한입 먼저 먹어보세요.
점심시간엔 웨이팅 있음. 하지만 그만한 가치 100%
가게 안엔 라디오에서 조용한 클래식이 흘러나와요.